[후기] 타카하타 이사오전 - 지브리의 시작
한달 전, 지브리 덕후는 지브리라는 키워드만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시로 착각하고 티켓을 예매한다. 알고보니 그의 스승의 전시였는데..
아무튼 지브리, 전시를 보러 갔다.

타카하타이사오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그의 역할은 '기획'.
그의 기획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그의 노트는 당연히 일어로 되어있었고,, 나는 읽지를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번역기 돌려볼껄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촬영은 안되긴 함) 어떤 글이 적혀있는진 몰라도 빼곡하게 적힌 글에서 정교함이 느껴졌다. 전시의 앞부분은 그의 첫 장편인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모험>의 탄생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선 수많은 그림 뿐 아니라, 그 그림 속 배경과 인물, 그리고 인물이 속한 단체의 문화와 같이 복합적인 요소들이 혼재하고 있음을 느꼈다. 실제 로케이션을 답사 다니고, 인물들의 춤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무용을 연구하고, 문화를 연구하는 모습을 발견하며 지금껏 애니메이션이라고 그저 가볍게 생각했던 나의 생각에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은 화면 기획 시 흔하게 사용되는 레이아웃이 타카하타에 의해 상용화 되었다는 건 몰랐던 사실이다. 그는 하나의 그림도 허투루가 되지 않도록 초기 기획 단계부터 레이아웃을 통해 디테일을 챙겼다.
전시는 그의 초기작부터 가장 최신작 순으로 보여주는데, 그의 변화하는 그림과 연출 방식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빨강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같은 어쩌면 꿈과 희망이 가득한 작품들 위주에서 일본의 역사와 아픔을 조명하는 <반딧불이 묘>, 수로 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야나가와 수로 이야기>를 통해 폭 넓은 메세지를 전달하였다. 작화 면에서도 디테일의 끝판 왕처럼 느껴졌던 초기 작품들에 비해 후반으로 가면서 '생략'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며 이를 강조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이웃집 야마다군>, <가구야 이야기>가 있었음. 그의 가장 마지막 작품인 가구야 이야기는 짧은 영상들을 보며, 꼭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케치와 수채화 스타일이 일본만의 절제되면서도 감정이 가득 담겨있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의 탄생 과정을 보면 그 정성과 압축된 과정의 결과물임을 알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 번외
그의 전작들을 보며 중간중간 지브리 작품이 겹쳐보이기도 했다. 지브리 작품(하울, 센과 치히로)이 더 이후에 나왔기에 이전 작품들을 의도하고 연출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결의 장면들이 이전에 이렇게 존재했구나를 느끼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 외부자료
아래 기사에선 전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전시를 더욱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줘서 가져왔다.
서울 찾은 애니메이션 거장의 발자취! 지브리 타카하타 이사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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