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LP 재킷의 전설, 힙노시스
2023.04.29 한 달의 끝자락
4월은 심적으로 싱숭생숭했다. 어지러운 마음이 영화로 달래지길 기대하며
전주로 향했다.
평소, 여행에서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영화를 보러 떠나는 길에 내리는 비는 괜찮은 듯 싶었다.
그렇게 4시간을 달려 만난 나의 첫 번째 영화는
LP 재킷의 전설, 힙노시스
나는 LP에 대해 전무하지만 어딘가 아날로그인 무드와
힙노시스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힙한 분위기가 이 영화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6-70년대는 락의 전성기였다. 힙노시스는 LP재킷에 예술을 부여한 커버 디자인 그룹이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재플린, 폴 매카트니와 같은 당대 최고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했고
힙노시스의 실험적인 이미지와 모호함 속 풍성해지는 예술은 그들을 만족시켰다.
영화는 힙노시스 멤버와 이들과 함께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되며
그들이 회상 속에서 힙노시스의 작품 탄생기와 열정, 사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힙노시스의 많은 커버들은 실제 촬영된 이미지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공 60개 이상을 사막에서 불고, 스턴트맨의 몸에 불을 붙이고, 거대한 돼지 인형을 하늘로 띄우는 등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을 진짜로 구현했다. 그리고 최고의, 찰나의 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몇 번이고 촬영을 하였다.
힙노시스의 핵심적인 멤버였던 스톰은 최고를 위한 엄청난 집념이 있었고,
이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인터뷰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집념과 몰두가 있었기에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재미있던 부분은, 이들의 재킷 사진은 노래와 전혀 관련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A 앨범에서 까인 재킷이 B 앨범의 재킷이 된 경우도 있다구..ㅎㅎ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그들
힙노시스의 차별화는 앨범 재킷이 영감을 통해 탄생한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당시엔 마약이 합법적이었는데 마약을 통해 시야를 확장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 경험은 예술의 범위도 다양하고 넓어지지만, 그 이면엔 중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인터뷰를 한 그들은 이제 모든 얘기가 한참 전인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응하는 그들에게서 한창 불꽃이 튀던 젊은 시절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저들의 열정이 부러웠고 나도 그 시대, 그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침없이 원하는 바를 위해 돈이고 고통이고 가족이고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몰두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영화를 보며 느껴진 감정이 나에게서도 언젠가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기억나는 대사 :
부자들은 그림을 사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LP판을 사고 바닥에 둔다.
나의 소감 :
다큐를 이렇게나 재밌게 본 적이 있었나?
다양한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그래픽들도 재밌었고
물 흐르듯 지나가는 요즘, 첨벙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
영화가 끝나고 전진수, 배순탁 음악평론가와 '영특한 클래스'로 GV가 진행되었다.
이 시간은 더욱 영화를 이해하는데 촘촘하게 만들어주었는데
- 힙노시스는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6-70년대 정점이었던 사이키델릭 락은 아티스트들을 신격화가 되었고, 이에 반기를 들며
나타난 장르가 펑크이다.